애송시 18

누가 놓고 갔을까 / 松河 이종구

누가 놓고 갔을까 - 松河 이종구 - 8월 염천 북한산 순례길 무후선열 광복군묘소에 갔더니 하얀 손수건 위에 검붉은 체리 두 알 놓여 있네 자손도 없고 친척도 없고 뼈도 없이 혼만 묻힌 쓸쓸한 묘지 누가 놓고 갔을까 세상은 무역보복 경제왜란 가마솥처럼 들끓고 있는데 거꾸로 치솟은 심장의 붉은 피 타들어 말라붙고 있는데 누가 놓고 갔을까, 밝고 맑은 그 마음 아아, 어른은 아닐 테고, 아닐 테고... 무덤가 패랭이꽃 가슴이 먹먹 눈시울 붉히고 섰네.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8.05

바보 같은 나의 詩 / 송하 이종구

바보 같은 나의 詩 나의 詩는 여태껏 누군가에게 한 숟갈 따뜻한 밥도 되지 못하였네 한 숟갈 밥도 퍼주지 못하였네 ​ 한 숟갈 밥만큼도 힘이 없는 나의 詩 한 숟갈 밥만큼도 맛이 없는 나의 詩 ​ 꾹꾹 눌러 뜨는 한 숟갈의 밥 목울대로 넘어가는 한 숟갈의 분노와 한 숟갈의 슬픔 앞에서 나의 詩는 한 마디 부끄러움도 한 주먹의 욕지기도 토하지 못하였네 ​ 주변머리 없고 어눌한 바보 같은 나의 詩는. ​ ​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7.10

우리 옆집 남평댁

우리 옆집 남평댁 서방 덕 없는 년, 자식 복도 지지리 없다는 우리 옆집 남평댁 반지하 월세 살며 고물을 줍는다 어젯밤엔 쉰 살짜리 애물단지 외아들 밤손님처럼 나타나 다 털어 갔다 재수 좋아 오늘은 보도블록 공공근로 껌딱지 떼는데 단물 쪽쪽 다 빨리고 납작 밟혀 새까만 본새가 어찌 그리 썩을 년 팔자 같은가 늘어진 난닝구 속 우리 옆집 남평댁 길 바닥에 길이 멀어 달챙이 같은 주걱칼로 전생의 죄 박박 훑고 있다.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7.06

산벚꽃 / 松河 이종구

산벚꽃 / 松河 이종구 그대 웃었네 하얀 산 벚꽃 아래서 꽃처럼 그대 웃었네 산 벚꽃은 다 피어도 흐드러지지 않는 꽃 다 떨어져도 잊어지지 않는 꽃 산 벚꽃 바람에 날렸네 하얀 그대 웃음 물 위에 떠 흘러 갔네 구름은 몇 번이나 그 자리 찾아와 울었던가 울다 떠나갔던가 산 벚꽃 야윈 가지 바람에 흔들리고 어룽진 얼굴 허공에 맴도는데 그대여 가지 마라 산 벚꽃 붉은 잎 떨어지네 그대 붉은 입술 땅에 입 맞추네. 월간『문학세계』2019 4월호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1.14

추일사제(秋日四題)/松河 이종구

닫기 닫기 추일사제(秋日四題) 松河 이종구 Ⅰ.월광도(月光圖) 앙상한 가지 위에 걸려 있는 저 달 좀 봐 호숫가 성근 갈대 그림자로 난(蘭)을 치고 산허리 휘감은 안개 꿈결인듯 흐르네 Ⅱ.안행(雁行) 먼 길 오다 짝 잃었나 홀로 나는 저 기러기 낮달 아래 꿈을 꾸다 가위눌린 날 닮았네 피 쏟는 저녁놀 속에 제 갈 길도 모르고 Ⅲ.석양(夕陽) 한 생애 부질없이 그림자만 길었으니 어쩔 수가 있으랴 서편에 갈앉는 해를 내 영혼 심지 돋우며 또 한 밤을 지새리 Ⅳ.코스모스 그대 기다리다 목이 길어지고 말았네 하늘에다 소리치며 그대 이름 불렀네 바람도 내 맘 아는지 야윈 어깨 감싸네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

松河의 詩 2018.12.19

파리 /松河 이종구

파리 파리 한 마리가 툭 하고 내게 부딪쳐 떨어진다 죽을 때가 되어 떨어진 파리는 바르르 떨며 다리를 비빈다 죽으면서도 다리를 비비는 파리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문득 내 손을 쳐다본다 아, 그렇구나 다락논 같은 손바닥 한 생의 손금이 희미하다. - 계간 『창작세계』 2019 여름호 -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8.10.27

숲속에서/松河 이종구

숲속에서/松河 이종구 숲 속에 앉아 있으면 파도소리가 들려오네. 멍들어 퍼런 가슴속으로 날아들던 빛살이 부서져 은빛 고기떼로 파닥이네. 실어증 앓던 산들의 골짜기 바람이 풀어 놓은 말(言)들이 무성한 가지 타고 올라가 손을 흔드네. 온 하늘 푸른 물결 출렁이네. 숲 속에 앉아 있으면 그대 숨소리 들려오네. 피멍든 사지로 포복(匍匐)하던 능선 위 쓰러진 그대, 찔레꽃 향기 닫혀진 책갈피 속에서 걸어 나오네. 군홧발에 짓이겨지던 우리 푸른 꿈이여 앞이 깜깜해 울지도 못하던 숲이여 너는 어떻게 살아나서 떠나간 새들을 돌아오게 하고 순하디 순한 곰들이 헤엄쳐 가는 하늘을 우리가 보게 하는가. 추락한 시간의 골짜기에서 우리가 보듬었던 나무들 눈을 뜨면 숲속에는 설레는 파도소리 들려오고 싱싱한 물고기 몇 마리 순금..

松河의 詩 2018.08.10

들어본 적 없는 소리/松河 이종구

들어본 적 없는 소리/松河 이종구 참 근엄하고 거룩한 내 친구 우리 집에 들어설 땐 언제나 인사도 깍듯하지. 하지만 술상 차려 몇 순배 돌면 늘상 먼저 취해서 내 말끝마다 추임새를 넣네. “× 까는 소리 하고 있네.” 하 - 오늘도 그 친구 그러다 간 뒤 아내가 웃으며 물었네. 당신도 그 소리 들어봤시유?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songha209

松河의 詩 2018.07.19

가을에 드리는 기도 Ⅱ/松河 이종구

가을을 위한 기도 Ⅱ/松河 이종구 당신의 뜨거운 입맞춤으로 내 사랑의 뜨락은 오직 한 그루 볼 붉은 능금 알로 저물게 하소서. 마지막 장미를 꺾어들고 가는 우리들 사랑의 키가 커 황혼에 닿을 때에도 더욱 더 불타는 뜨거움이게 하소서. 내 영혼의 악기 줄 바람에 불리어 흐느끼고 외로운 가지에 어둠이 밀려올 때면 당신의 은빛 화살로 나의 그리운 하늘을 쏘게 하소서. 잘 익은 과일의 씨앗처럼 그리움이 저무는 가슴에 당신의 차가운 별이 빛나게 하시고 아 - 이제는 내게 무성한 슬픔이 낙엽으로 지게 하소서.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

松河의 詩 2018.07.19

동해 아침 포구/松河 이종구

동해 아침 포구/松河 이종구 날마다 기다리던 맑은 얼굴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눈부셔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리움으로 신열 앓으며 밤새 뒤척이던 산들의 어깨 위 짙은 안개 피어오릅니다. 어지럽게 쏟아지던 별빛들 꿈길 타고 떠내려 와 모래톱에 쌓입니다. 이대로 나의 긴 그림자 이끌고 생애의 한 바다 건너가고 싶습니다. 미소 지어 바라볼 수 없는 당신은 나의 슬픔입니다. 끊어져 이을 수 없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아픔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져서 또다시 길을 갑니다. 신기루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사막의 끝 날마다 기다리던 맑은 얼굴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커서 보지 못합니다. 말씀 속에 살아난 풀꽃들 얼굴에 이슬방울 맺힙니다. 제 멋에 놀아나던 바람들 긴 망토 벗어놓고 곁에 누워 멍하니 하늘 ..

松河의 詩 201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