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물 소리와 함께 지새운 가을밤 - 영주 한옥마을 '선비촌'에서- 똑… 또독… 똑… 또독… 똑… 또독… 하얀 창호지를 바른 방문 밖에서 낙수물 소리가 밤새 말을 걸어오고 있다. 따뜻한 한옥의 온돌방에 누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 게 아니다. 그냥 반갑다고… 그냥 밤새 꿈 같은 이야기나 나누자고… 그래 좋다. 꿈같은 이야기. 그런데 나에게도 꿈같은 그런 이야기가 있기나 한 것인가. 옆 자리의 아내는 벌써 쌔근 쌔근 깊은 잠에 빠져 있고 멀리서 찾아온 바람이 뒷문 밖의 나뭇잎들을 흔든다. 웃목엔 옛날 우리 어머니가 쓰시던 것과 똑같은 오동나무 장농과 뒤주가 세월의 두께를 입은 채 앉아 있고, 조부장한 아랫목 빈터에 아내와 내가 나란히 누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