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河의 詩 33

물레방아 그리고 봄 편지

물레방아 그리고 봄 편지 쿵더쿵 물레방아 돌고 있네요. 얼음 녹은 먼 산의 물빛 내 기억 깊은 곳에 스며들어 시린 발 거두지 못한 채 쿵더쿵 물레방아 당신 생각에 시름없이 돌고 있네요. 겨우내 그리다 구겨 던진 얼굴들 청소차에 실려서 자꾸만 교외(郊外)로 나가는 날 물레방아는 나의 생각들을 퍼 올리고 쏟아 놓기도 하면서 헛웃음 치는 세상을 향해 손짓하네요. 연일 두고 내리는 우수(憂愁)의 잔비에 젖어서 펄럭이는 깃발 하나 게양 못한 채 숨어 울던 뜨거운 눈물 그리운 바다로 혼례길 떠날 때 당신 생각 구름처럼 피어나네요. 어지러운 환각의 나른한 잠에 취해서 나비들은 비틀거리는데 물레방아 돌고 도는 세월의 바퀴에 우리들 빈사(瀕死)한 꿈은 피를 흘리고 한 방울의 뜨거운 사랑도 건져내지 못하는데… 당신은 왜 ..

松河의 詩 2020.06.28

쬐그만 그 집 정원

쬐그만 그 집 정원 송하 이종구 나는 오늘도 길가 그 집을 지나서 왔네. 울타리도 없는 조그만 그 집 너댓평 미니정원엔 어여쁜 꽃들이 피어 있네. 빨갛고 노랗고 그립고 하이얀 꽃들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피어 있네. 그 집 새댁은 철따라 꽃모종을 구해다 심고 꽃나무들은 주인 따라 열심히 제 꽃을 피워 올리네.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에 가면 저 뒤쪽 동네에서 찾아온 나비 두어마리 팔랑팔랑 나처럼 머물다가 가네. 아마 그 집 신랑도 일찍 퇴근한 날이면 하푸 하푸 세수를 하고, 머리를 탈탈 털고 바람 잘 통하는 그 옆 방안에 앉아서 정원으로 난 뒷문의 커튼을 살짝 밀치고 문턱 아래 피어 있는 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것이네. 하지만 젊은 그 신랑은 모를 것이네. 저그집 쬐그만 정원에 낮이면 햇볕이 조금 더 천천히 머..

松河의 詩 2020.06.17

붉은 매발톱꽃

붉은 매발톱꽃 - 송하 너를 보낸 건 잘못이었다. 보고파서 그리워서 천년도 더 되게 가슴 앓았더니라. 천상의 시치미 떼고 구만리 장천 널 찾아 헤맸더니라. 해 지고 달 기울고 별들도 까맣게 흐느끼던 밤 부서져 내리는 슬픔의 소용돌이 속 너를 안고 추락했더니라. 날카로운 발톱에 뚝뚝 듣는 네 심장의 붉은 피 향기롭게 내 숨결 적셨더니라. 오늘도 나는 적막한 지상의 뒷문 밖에서 뜨겁게 너를 안고 피었느니라. (2020. 5.31)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20.06.08

누가 놓고 갔을까 / 松河 이종구

누가 놓고 갔을까 - 松河 이종구 - 8월 염천 북한산 순례길 무후선열 광복군묘소에 갔더니 하얀 손수건 위에 검붉은 체리 두 알 놓여 있네 자손도 없고 친척도 없고 뼈도 없이 혼만 묻힌 쓸쓸한 묘지 누가 놓고 갔을까 세상은 무역보복 경제왜란 가마솥처럼 들끓고 있는데 거꾸로 치솟은 심장의 붉은 피 타들어 말라붙고 있는데 누가 놓고 갔을까, 밝고 맑은 그 마음 아아, 어른은 아닐 테고, 아닐 테고... 무덤가 패랭이꽃 가슴이 먹먹 눈시울 붉히고 섰네.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8.05

바보 같은 나의 詩 / 송하 이종구

바보 같은 나의 詩 나의 詩는 여태껏 누군가에게 한 숟갈 따뜻한 밥도 되지 못하였네 한 숟갈 밥도 퍼주지 못하였네 ​ 한 숟갈 밥만큼도 힘이 없는 나의 詩 한 숟갈 밥만큼도 맛이 없는 나의 詩 ​ 꾹꾹 눌러 뜨는 한 숟갈의 밥 목울대로 넘어가는 한 숟갈의 분노와 한 숟갈의 슬픔 앞에서 나의 詩는 한 마디 부끄러움도 한 주먹의 욕지기도 토하지 못하였네 ​ 주변머리 없고 어눌한 바보 같은 나의 詩는. ​ ​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7.10

우리 옆집 남평댁

우리 옆집 남평댁 서방 덕 없는 년, 자식 복도 지지리 없다는 우리 옆집 남평댁 반지하 월세 살며 고물을 줍는다 어젯밤엔 쉰 살짜리 애물단지 외아들 밤손님처럼 나타나 다 털어 갔다 재수 좋아 오늘은 보도블록 공공근로 껌딱지 떼는데 단물 쪽쪽 다 빨리고 납작 밟혀 새까만 본새가 어찌 그리 썩을 년 팔자 같은가 늘어진 난닝구 속 우리 옆집 남평댁 길 바닥에 길이 멀어 달챙이 같은 주걱칼로 전생의 죄 박박 훑고 있다.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7.06

산벚꽃 / 松河 이종구

산벚꽃 / 松河 이종구 그대 웃었네 하얀 산 벚꽃 아래서 꽃처럼 그대 웃었네 산 벚꽃은 다 피어도 흐드러지지 않는 꽃 다 떨어져도 잊어지지 않는 꽃 산 벚꽃 바람에 날렸네 하얀 그대 웃음 물 위에 떠 흘러 갔네 구름은 몇 번이나 그 자리 찾아와 울었던가 울다 떠나갔던가 산 벚꽃 야윈 가지 바람에 흔들리고 어룽진 얼굴 허공에 맴도는데 그대여 가지 마라 산 벚꽃 붉은 잎 떨어지네 그대 붉은 입술 땅에 입 맞추네. 월간『문학세계』2019 4월호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9.01.14

추일사제(秋日四題)/松河 이종구

닫기 닫기 추일사제(秋日四題) 松河 이종구 Ⅰ.월광도(月光圖) 앙상한 가지 위에 걸려 있는 저 달 좀 봐 호숫가 성근 갈대 그림자로 난(蘭)을 치고 산허리 휘감은 안개 꿈결인듯 흐르네 Ⅱ.안행(雁行) 먼 길 오다 짝 잃었나 홀로 나는 저 기러기 낮달 아래 꿈을 꾸다 가위눌린 날 닮았네 피 쏟는 저녁놀 속에 제 갈 길도 모르고 Ⅲ.석양(夕陽) 한 생애 부질없이 그림자만 길었으니 어쩔 수가 있으랴 서편에 갈앉는 해를 내 영혼 심지 돋우며 또 한 밤을 지새리 Ⅳ.코스모스 그대 기다리다 목이 길어지고 말았네 하늘에다 소리치며 그대 이름 불렀네 바람도 내 맘 아는지 야윈 어깨 감싸네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

松河의 詩 2018.12.19

단풍잎이 전하는 말 / 松河 이종구

단풍잎이 전하는 말 - 松河 이종구 - 서둘러 떠밀지 마라 때가 되면 다 떠난다 젖어 있는 슬픔이 마를 때까지 살랑거리게 해 다오 그러다 지쳐 손 놓게 될 때 네 온 힘 다해 밀어 다오 아주 멀리 멀리 날려 다오 세월이 공중제비 돌아도 가는 길 때가 있나니.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8.12.07

파리 /松河 이종구

파리 파리 한 마리가 툭 하고 내게 부딪쳐 떨어진다 죽을 때가 되어 떨어진 파리는 바르르 떨며 다리를 비빈다 죽으면서도 다리를 비비는 파리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문득 내 손을 쳐다본다 아, 그렇구나 다락논 같은 손바닥 한 생의 손금이 희미하다. - 계간 『창작세계』 2019 여름호 - 松河 이종구 전북 정읍 출생. 한국문협 시분과위원,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청문학동인, 은요일문학회 회원, 강북문인협회 회원, 강북구문화관광해설사. 시집 blog.naver.com/songha2093 '시와 여행'

松河의 詩 2018.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