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스크랩] 막걸리 / 최 영철

松河 이종구 2010. 1. 14. 13:31

 

 

 

 

 

쌀뜨물 같은 이것

목마른 속을 뻥 뚫어 놓고 가는 이것

한두 잔에도 배가 든든한 이것

가슴이 더워져 오는 이것

신 김치 한 조각 노가리 한 쪽

손가락만 빨아도 탓하지 않는 이것

허옇다가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다가

벌컥벌컥 샘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이것

한 잔은 얼음 같고 세 잔은 불같고

다섯 잔 일곱 잔은 강 같고

열두어 잔은 바다 같아

둥실 떠내려가며 기분만 좋은 이것

어머니 가슴팍에 파묻혀 빨던

첫 젖맛 같은 이것

시원하고 텁텁하고 왁자한 이것

어둑한 밤의 노래가 아니라

환한 햇볕 아래 흥이 오르는 이것

반은 양식이고 반은 술이고

반은 회상이고 반은 용기백배이다가

날 저물어 흥얼흥얼 흙으로 스며드는

순하디 순한 이것

출처 : 거마장 음악실
글쓴이 : 거마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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