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 같은 이것 목마른 속을 뻥 뚫어 놓고 가는 이것 한두 잔에도 배가 든든한 이것 가슴이 더워져 오는 이것 신 김치 한 조각 노가리 한 쪽 손가락만 빨아도 탓하지 않는 이것 허옇다가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다가 벌컥벌컥 샘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이것 한 잔은 얼음 같고 세 잔은 불같고 다섯 잔 일곱 잔은 강 같고 열두어 잔은 바다 같아 둥실 떠내려가며 기분만 좋은 이것 어머니 가슴팍에 파묻혀 빨던 첫 젖맛 같은 이것 시원하고 텁텁하고 왁자한 이것 어둑한 밤의 노래가 아니라 환한 햇볕 아래 흥이 오르는 이것 반은 양식이고 반은 술이고 반은 회상이고 반은 용기백배이다가 날 저물어 흥얼흥얼 흙으로 스며드는 순하디 순한 이것 |
출처 : 거마장 음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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