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봄밤의 회상 -이외수-

松河 이종구 2010. 2. 8. 14:48

 

 

 

 

         봄밤의 회상


밤새도록 신문지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 한번

꿀벌들 날개 짓 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 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 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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